26세. 사랑은 명작을 낳다, 이광수와 허영숙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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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사랑은 명작을 낳다, 이광수와 허영숙 연애

1938년 춘원 이광수는 소설 <사랑>을 발표했고, 사람들은 지고지순한 사랑 얘기에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다. 그런데 인도주의 사상을 몸소 실천한 안빈과 그를 평생 사모한 순옥의 정신적인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주인공 남녀 모델이 실존인물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그 모델은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 진료한 것으로 유명한 장기려 박사와, 이광수의 연인 허영숙이었던 바, 춘원은 소설을 통해 자신의 사랑관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춘원 - ‘봄동산’으로 풀이되는 아호와는 달리 그의 인생은 ‘겨울동산’에 다름 아니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천애고아로 자란 슬픔, 폐질환 때문에 늘 엿을 고아 입안에 우물우물 먹어야했던 아픔, 보수주의 사회에서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함으로써 야기된 손가락질, 민족운동에서 친일배로 변절함에 따라 쏟아진 비난, 해방이후 북한인민군에게 납북되어 전쟁 중에 병사한 일 등등 그야말로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의 삶에서 오직 따뜻함이 있었다면 허영숙과의 사랑이었을 뿐이니…….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일본 유학 중의 일이었다. 춘원은 19세 때인 1910년 백혜순과 결혼했으나 문학에 대한 열정을 해소하기 위해 1915년 김성수의 도움으로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1916년 12월 매일신보에 <무정>을 연재하기 시작하여 ‘전조선 여성의 연인’이라는 별명을 얻던 이듬해 4월 허영숙을 만났다. 허영숙은 도쿄여자의전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신여성이었고 장차 조선에 돌아가 산부인과를 개업할 예정이었다.

문학도와 의학도,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금방 사랑에 빠져들었는데, 그 요인은 건강에 있었다. 폐가 좋지 않아 기침을 자주 하던 춘원에게 허영숙이 전공을 발휘하여 건강을 점검해주며 동시에 사랑을 드러냈던 것이다. 애정결핍증에 빠져 있었던 춘원은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사랑을 느꼈다.

결국 1918년 9월, 춘원은 아내와 이혼에 합의하고 그해 10월 허영숙과 더불어 중국 베이징으로 사랑의 도피여행을 떠나기에 이르렀다. 비난의 눈길에도 불구하고 춘원은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함께 하는 여성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손가락질을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 3개월 뒤, 허영숙은 병원을 개업하기 위해 조선으로 돌아갔고, 춘원은 다시 일본으로 가서 2․8독립선언문의 수정에 참여한 뒤 상하이로 돌아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일을 보았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편지 교류를 통해 날로 커졌는데,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이광수의 조국에 대한 마음이었다.

‘조국이냐, 사랑이냐.’
이무렵 춘원은 나라 잃은 민족을 구하고픈 신념과 행복해지고 싶은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번민의 밤을 보냈다. 도산 안창호의 흥사단 이념에 감복하여 조국애 가득한 문장을 쓰는가하면 연인 허영숙에게 그리움을 토로하는 글을 보냈다.

문제는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었다. ‘최남선․홍명희’와 더불어 조선의 3대 천재로 손꼽힐 만큼 그 역량을 인정받은 터라, 독립운동과 무관하게 조용히 살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가 사상이나 인품에 있어서 아버지이자 스승으로 여긴 도산이 곁에 있었기에 갈등은 더욱 컸다.

결국 춘원은 도산의 충고 하나를 거스르고 말았다. 1921년 2월, 허영숙이 상하이로 춘원을 찾아갔는데, 이 때 그는 아예 상하이에 남는 길, 도산의 권고대로 미국으로 가는 방안 등을 버린 채 그 해 3월 귀국 길에 올랐던 것이다. 그해 5월 춘원은 허영숙과 정식으로 결혼했고, 사랑의 행복을 만끽했다. 보통사람이었다면 춘원은 더 이상 조국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놔두지 않았다. 그의 문장 실력을 잘 아는 일제가 그의 글을 통해 조선인을 길들이려 했던 것이다. 9월 사이토 총독을 만났고, 11월 <민족개조론>을 집필, 1922년 5월 잡지 <개벽>에 발표하여 조선민족의 성품을 철저히 깎아내리는 반민족성을 보이고야 말았다.

어떤 점에서 이광수는 참으로 단순한 사람이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간과하고 오로지 사랑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 길이 더욱 고된 가시밭길인 줄도 모른 채….

춘원은 소설 <사랑>을 통해 정신적 사랑의 아름다움을 강조했고, 의사의 숭고한 직업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의 행적으로 인해 그가 외친 사랑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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