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사랑으로 위장된 거래, 피델 카스트로와 마리 로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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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33세
33세. 사랑으로 위장된 거래, 피델 카스트로와 마리 로렌츠

 1959년 1월, 쿠바 혁명에 성공한 피델 카스트로는
곧바로 새 정권 수립에 착수했다.
임시 집무 장소는 하바나에서 가장 좋은 힐튼 호텔이었고,
1층을 고스란히 다 차지한 채 업무를 개시했다.

그런데 그 호텔에 마리 로렌츠라는 18세의 백인 여성이 나타났다.
금발을 휘날리며 요상하게 걷는 그녀를 본
카스트로는 한눈에 반한 나머지 이렇게 소리쳤다.
“와우! 언제나 곁에 두고 바라보고픈 미술품 같구나.”

카스트로는 즉각 측근을 시켜 마리를 불러오게 했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비서가 돼달라고 부탁했다.
마리는 잠시 카스트로의 눈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는 도대체 어떤 미모이기에 카스트로를 단번에 사로잡았을까?
사실 마리는 백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한 미녀는 아니었다.
하지만 금발에 늘씬한 몸매를 지닌 데다 하얀 피부가 제법 눈길을 끌만 했다.
더구나 백인여성은 대체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가장 하얗고 균형 있는 몸매를 갖게 되는데 마리가 바로 그러했다. 따라서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지닌 쿠바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10대 후반의 백인처녀는 새하얀 미녀에 다름 아니었다.

더 엄밀히 말해 카스트로가 마리에게 홀린 것은 막 혁명을 끝낸 직후의 긴장감 풀어진 상태에서 남성적 욕망이 작용한 결과였다. 물론 카스트로의 속마음은 미술품이 아니라 성욕의 대상으로 마리를 탐냈던 것이고.

마리는 어떤 여자일까? 독일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마리는 성적으로 조숙하고 출세 욕망도 강한 여자였다. 그러했기에 ‘(당시의) 비서라는 직책이 실질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를 이미 터득하고 있었으며, 그 기회를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

그날부터 카스트로와 마리는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침식을 같이하기 시작했다. 카스트로는 마리의 성숙한 몸매도 그렇거니와 자기를 구속하려 하지 않는 행동도 마음에 들어 했다. 자기가 원할 때는 곁에 있고 자기가 집무할 때는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니 여간 기특한 게 아니었다. 이래저래 카스트로는 마리를 무척 예뻐했다.

그런데 그무렵 카스트로로부터 신임 받던 프랭크 피오르니라는 참모가 마리에게 은근히 접근해왔다. 프랭크는 어느 날 마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피델 곁에 있는 자료를 되도록 많이 갖고 나와 주시오. 그렇게 해준다면 돈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주겠소.”

마리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본디 카스트로에게 애정을 가진 것이 아닌 까닭이었다. 마리는 기회를 살폈다. 가만히 보니 카스트로는 방안에 청소부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온갖 서류와 물건들이 제멋대로 흩어져 있었다.

‘이렇게 엉망이니 서류가 사라져도 모르겠구나.’
마리는 아무 서류나 집어서 프랭크에게 가져다주었다. 정말로 돈을 많이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프랭크는 서류를 보자마자 미소를 짓더니 마리의 예상보다 많은 돈을 꺼내주었다. 이후 마리는 넉 달 동안 닥치는 대로 서류를 들고 나왔고 프랭크로부터 마음껏 쓸 수 있는 큰 돈을 받았다.

마음이 없으면 그 사랑은 오래 가기 힘든 법이다. 마리의 경우도 그러했다. 온전히 육체적 섹스만 탐닉하다보니 어느 덧 마리의 몸은 지쳐갔고 끝내 병이 들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카스트로의 섹스는 격렬했다.
“저를 구해주세요.”
마리는 프랭크에게 도움을 청했고, 프랭크는 몰래 마리를 미국으로 가게 해주었다.

미국 마이애미의 한 병원에 입원한 마리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프랭크의 본명이 프랭크 스타지스이고, 장기간 쿠바에서 잠복 활동 중인 CIA공작원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첩보원이었구나.”

마음 편하게 쉬자 마리의 몸은 금방 회복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사나이가 접근하더니 쿠바로 돌아가서 기밀문서를 훔쳐내도록 부추겼다.
“뭐라고요? 나보고 다시 쿠바로 돌아가라고요?”
“그렇소.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가 재빨리 구해줄 테니 걱정할 일은 없소.”

마리는 천성적으로 모험을 즐기는 성격이었다. 미국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큰 모험을 해본 뒤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고, 그에 따라 첩보원으로서의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CIA는 마리에게 어떤 서류가 중요한지 가르쳐주었고 적당한 투입 시기를 엿보았다.

1960년초 드디어 작전이 개시되었다. 카스트로가 하바나를 떠난다는 정보를 입수한 CIA는 즉시 마리를 쿠바로 보냈다. 카스트로가 힐튼 호텔을 떠난 직후, 마리는 예전에 카스트로에게 선물 받은 중국 군복을 입고 당당하게 힐튼 호텔에 들어섰다.
“아니, 마리 아니야? 오랜만이네.”
“안녕하세요.”
호텔 직원들이 마리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지만 특별히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마리가 군복 차림으로 레스토랑에 자주 나타났고 또한 카스트로로부터 특별히 마리에 대한 특별 지시를 받은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카스트로는 마리가 떠난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마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카스트로의 집무실에 들어간 다음 지시받은 서류들을 고스란히 챙겼다. 그리고는 곧장 마이애미로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마리가 훔친 서류는 이후 미국을 위기에서 구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서류는 소련이 쿠바에 건설하려는 미사일 기지 지도였던 것이며, 이 지도를 입수한 미국은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요컨대 피델 카스트로와 마리 로렌츠의 사랑은 남자는 몸, 여자는 돈을 노린 위장된 로맨스였던 셈이다. 때론 사랑도, 로맨스도 (재물 앞에) 한낱 말장난이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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