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미켈란젤로, 유일하게 초상화를 그리게 만든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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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미켈란젤로, 유일하게 초상화를 그리게 만든 여인

미켈란젤로는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조각가로 유명한 르네상스의 예술인이다. 인간의 비극적 경험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으며 <최후의 심판>, <청동의 문>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예술가로서 성공했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특히 말년에 이르러 인생의 절망과 격정의 풍랑을 겪었다. 그렇게도 사랑하던 아우와 부친을 잃고는 죽고 싶은 욕구에 휩싸이기 일쑤였다. 예술도, 야심도, 애정도, 그 어느 것도 미켈란젤로를 지상에 붙잡아주지 못했다. 그는 고독하였으며 이제 예술작품 창작에도 아무 신념이 없었다.

미켈란젤로는 60세에 그 생애를 끝내야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묘한 일이 벌어졌다. 이제까지 예술은 그가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였는데, 그것을 포기한 후 황폐한 마음속에 새로운 생명이 싹 터 올랐던 것이다. 마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시 찾아오는 것처럼 신선한 사랑의 숨결이었으며, 그 사랑은 (독차지하고픈) 이기심이나 관능적 욕구가 없는 순수한 느낌이었다.

미켈란젤로의 눈길을 사로잡은 여인은 토마조 디 카바리에리였다. 카바리에리는 전혀 몰랐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 예술가의 삶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끌어올렸다. 이무렵의 일에 대하여 미켈란젤로의 친구 콘티비는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나는 종종 미켈란젤로가 사랑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다. 그는 플라톤이 말하던 그대로 말하곤 했다.”
미켈란젤로는 절친한 친구에게 육체적 애정이 아니라 정신적 사랑을 느끼고 있음을 고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미켈란젤로는 카바리에리의 어떤 점에 이끌렸을까? 그 매혹의 정체는 아름다운 용모였다. 평상시 미켈란젤로는 (예술적 아름다움으로서의) 육체미를 높이 평가하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서 이런 말도 한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용모의 매력, 그것은 나에게 얼마나 큰 자극일까.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그 무엇도 이토록 즐거움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사고를 지녔었기에 한 송이 꽃처럼 청순한 미모의 카바리에리를 본 순간 미켈란젤로는 예술가 특유의 감흥으로 몸을 떨었다. 나아가 미켈란젤로는 그녀 발밑에 꿇어 엎드려 경의를 표하기까지 했다. 미켈란젤로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육체란 몸이라는 베일을 걸치고 나타난 신(神),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때의 감동을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술회했다.
“나는 로마에서 카바리에리를 만났는데 비길 바 없이 아름다웠다. 극히 우아한 태도에 정신세계도 맑고 행동도 거룩하여, 깊이 알면 알수록 한층 사랑을 받을만한 가치를 가진 사람이었다.”

사랑은 거대한 바위도 움직이게 만드는 법! 우울증에 빠져 힘없이 지내던 미켈란젤로는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을 느꼈고 그에 따라 카바리에리에게 정열적인 편지를 써서 보냈다.

아울러 귀중한 선물도 같이 보냈다. 실물 크기의 카바리에리 초상화였다. 그것은 미켈란젤로가 소묘한 유일한 초상화인데, 그 이전까지 미켈란젤로는 비길 데 없이 아름답지 않는 한 생존 인물을 그리기 꺼려했다. 카바리에리는 그 철칙을 무너뜨린 유일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또한 카바리에리에게 소네트(sonnet)를 바쳤다. 대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그 중에는 아주 훌륭한 것도 있으며 다음의 소네트는 ‘16세기 이탈리아의 가장 아름다운 서정시’로 불리어지고 있다.

‘당신의 아름다운 눈으로 인하여, 나의 먼눈으로선 이미 볼 수 없는 따스한 빛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의 발은 나에게 힘을 북돋아 주어, 나의 힘없는 발로서 이젠 지탱할 수 없는 짐을 나르게 하여 줍니다.
당신의 마음을 거쳐 나는 하늘로 날아오는 느낌을 가집니다.
내 소원은 모두 당신의 희망 속에 있습니다.
내 생각은 당신의 마음속에서 태어나며, 나의 말은 당신의 입김 속에서 태어납니다.
단 혼자서 있을 때의 나는, 해가 비치는 하늘에 찾아볼 길 없는 달과도 같습니다.’

이와 같은 미켈란젤로의 구애에 대해 카바리에리는 진지한 태도로 대해주었다.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경외심과 더불어 조심성 있는 애정의 태도를 보였다. 카바리에리는 미켈란젤로에 대해 죽을 때까지 성실한 사랑을 지켰으며, 임종의 자리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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