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사연 - 유명인들이 시도하거나 겪은 일 다룬 인물로 본 세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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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나이
27세
27세. '행운의 2달러 지폐' 일화 낳은 그레이스 켈리 1997년 5월 프랑스 시사주간지 <파리마치>지는 프랑스인 1천5명을 대상으로 역사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베스트 10을 뽑도록 했다. 그 결과 모나코의 레이니에왕과 미국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 커플이 1위로 꼽혔다. 레이니에와 켈리가 이토록 세인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레이스 켈리의 일생이 그야말로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인 데 있다.
그레이스 켈리는 은막에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25세의 나이에 오스카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우아한 지성파 미녀 여배우로 손꼽혔다. 그런데 켈리의 몸에 배인 우아함은 고도의 이미지 전략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몸짓이었다. 어려서부터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을 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는 건축회사 사장인 아버지와 모델이었던 어머니, 퓰리처상을 받은 극작가 출신의 큰아버지까지 집안의 든든한 후원 덕분에 아무 영화에나 출연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자신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우아․지성․섹시함을 고루 갖춘 미녀라는 말과 아울러 연기력도 겸비한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연기를 보인 영화는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다이얼 M을 돌려라>(1954)․<이창(裏窓)>(1954)․<도둑 잡기>(1955)였다. 켈리는 히치콕 작품의 완벽한 주인공이었으며, 그가 표현했듯이 ‘성적인 우아함’은 그녀만의 매력이었다.
자연스레 많은 남자가 그녀를 쫓아다녔다. 케리 그랜트, 클라크 게이블, 윌리엄 홀든 등 당대 최고의 남우들과 염문을 뿌렸고 가수 프랭크 시내트러가 그녀에게 계속 접근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선택한 동시에 그녀를 차지한 행운아는 백마가 아니라 요트를 탄 왕자 레이니에였다.
켈리가 모나코의 레이니에공(公)을 처음 만난 것은 1954년 <파리마치>지에 실릴 사진을 모나코 왕실 정원에서 찍을 때였다. 뒤늦게 촬영팀을 맞은 레이니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평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배우로서는 보기 드물게 정숙함과 기품, 그리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던 까닭이었다. 왕비로서 손색없는 여성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그렇지만 레이니에는 서둘지 않았다. 왕자로서의 기품 때문에.
두 사람은 이듬해 칸영화제에서 다시 만났다. 한 사진기자가 켈리에게 모나코 왕자 레이니에와의 사진촬영을 요청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이때 켈리는 자신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는 남자가 독신인 줄도 몰랐으며 모나코가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만 알고 촬영에 임했다. 칸에서 두 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에 있었던 모나코 왕궁에 도착하자 미리 연락을 받은 레이니에가 직접 나와 궁전 곳곳을 안내해 주었고 틈틈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후 레이니에는 할리우드 스타를 아내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러브레터를 대서양 너머로 보냈다. 사랑은 켈리보다 레이니에가 더 뜨거웠다. 인기 절정의 여배우가 화려함을 포기하고 왕국에 들어앉기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은 데다 주변에 남성 스타들이 넘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정성어린 애정표현에 급격히 마음이 기울어져갔다. 훗날 켈리는 레이니에의 눈빛에서 편안한 아름다움을 느껴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우연한 일이긴 해도 그때 켈리는 영화 <백조>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한 나라의 왕자를 사랑해 두 사람이 결혼하는 내용이었다. 이듬해 봄 켈리는 <상류사회>를 촬영할 때 두 사람으로부터 각기 다른 선물을 받았다. 같이 공연했던 프랭크 시내트러는 (환심을 사기 위해) 2달러짜리 지폐를 선물했고, 레이니에는 1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와 호화 요트를 선물하며 청혼을 해왔다. 켈리는 시내트러의 집요한 데이트 신청을 뿌리치고, 선물받은 큰 다이아몬드 반지를 영화 <상류사회>에서 선보임으로써 레이니에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였다.
할리우드는 영화속에서 숱한 왕비들을 탄생시켰으나, 진짜 왕비는 켈리가 처음이었다. 1956년 4월 18일 세계의 주목 속에 세기적인 결혼식이 치러졌고, 이후 팬들은 그녀의 모습을 영화가 아니라 우표 속에서 보게 되었다.
한편, 이 결혼식 이후 “2달러 지폐는 행운을 낳는다”는 속설이 생겼으니 켈리에 대한 사람들의 부러움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