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알랭 들롱과 줄리엣 그레코, 강물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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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알랭 들롱과 줄리엣 그레코, 강물 같은 사랑

1956년 프랑스 파리 상 자르망 데 쁘레의 지하 카페는 언제나 사람들로 넘쳤다. 장 폴 사르트르와 장 콕토를 비롯한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자주 찾았고 그밖에도 상처받은 영혼을 지닌 사람들이 위안을 얻기 위해 드나들었다.

그 무렵 카페의 주인공은 줄리엣 그레코라는 샹송가수였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검은 스웨터를 입은 날씬한 그레코는 ‘실존주의의 여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여러 철학자들에게 사랑받았고, 미국의 <라이프>지에 소개될 정도의 명사였다. 장 콕토는 자신이 만든 영화 <오르페>에 그레코를 출연시키기도 했다. 한 마디로 그레코는 당시 연예계의 꽃이었다.

하지만 그레코에게는 남모를 상처가 있었다. 1953년 배우 필립 르메에르와 결혼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했는데 그로 인해 우울증이 생겼던 것이다.

사랑으로 생긴 상처는 사랑으로서만 치료할 수 있는 법! 그레코는 진실한 사랑을 원했다. 그러나 한 번의 아픈 경험이 있는 까닭에 아무 남자에게나 눈길을 보내지는 않았으며 조급하지 않게 상대를 찾았다. 그리고 그해 가을 드디어 사랑의 여신이 그레코에게 기회를 주었다.

비가 내린 그날도 그레코는 객석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그때였다. 가죽점퍼를 걸친 한 젊은이가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평소 패거리로 몰려오는 불량스러운 사람들 중 한 명이었는데, 이날은 웬일인지 혼자 왔으며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두려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레코는 샹송을 부르면서 젊은이를 관찰하였다. 아직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지만 단골손님 중 두드러진 미남이어서 이미 얼굴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저렇게 어두운 표정일까? 실존주의와는 아무 상관없는 젊은이인 것 같은데…’

그레코는 어쩐지 마음이 끌렸기에 노래를 마치자마자 무대에서 내려와 젊은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혼자 오셨군요. 제가 한 잔 사도 될까요?”
유명 가수의 전격적인 접근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젊은이는 처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고, 그레코의 거듭된 요청에 마지못해 합석을 허락했다. 그레코는 그날 알랭 들롱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들었다. 나이는 20세로서 그레코보다 9세 연하였는데, 그레코는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회상했다.
“내가 그에게 마음이 끌린 이유는 미남이어서가 아니라 광야에 내던져진 상처받은 야수와도 같은 처절함을 그에게서 느꼈던 데 있다.”

그랬다. 그레코는 자신이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상처받은 영혼을 지닌 젊은이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위로해주고픈 충동을 느꼈던 것이다.

그 후 몇 차례 더 만나면서 둘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들롱은 그레코의 포근한 모성애에 빠졌고, 그레코는 들롱의 음울함을 기꺼이 품어주고 싶어 했으므로 마침내 그레코의 아파트에서 잠자리를 같이 하기에 이르렀다.

관계가 깊어지면서 들롱의 어둔 표정에 대한 비밀이 풀리기 시작했다. 들롱은 네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 내내 남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는 슬픈 과거와 함께 의붓아버지를 증오하여 청소년 시절 내내 반항아로 살았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또한 들롱은 열일곱살에 해병대에 지원한 일도 말했는데, 그 이유가 적을 죽이거나 자신이 죽기 위함이었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했다.
그러자 그레코는 놀란 나머지 들롱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총으로 사람을 죽였나요?”
그 질문에 들롱은 굳은 표정이 되었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찌됐든 삶의 방향이나 목표도 정하지 못한 채 육체노동으로 땀 흘리거나 뒷골목에서 불량배 생활을 하던 들롱은 그레코의 위로를 받으며 세상에서 한 줄기 희망의 불빛을 보았다. 그리고 들롱은 그레코의 주선으로 1957년 영화계에 진출하였으며, 차가운 지적인 이미지로 세계 여성팬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1960년 개봉된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들롱은 엄청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친구를 죽이는 비정한 청춘을 연기했는데, 결코 흥분하지 않는 무감각한 그의 유명한 표정은 오랜 세월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심정이나 다름없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가 벼락출세하면 사랑도 새롭게 하고 싶어 할까? 들랭은 영화배우로서 성공을 거둔 뒤 그레코와 헤어졌다. 하지만 그레코는 들롱에게 매달리지 않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떠나보냈다. 사랑은 강물처럼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천천히 흘러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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